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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가네시로 가즈키-SPEED

Benya_1004 2024. 2. 21. 12:38

세계가 태어났다. 불어라 바람아, 영원히 -시몬느 베이유-

Go ahead, punk! -지나 로렌즈-

 세이와 여고생 오카모토 가나코는 과외 선생이었던 아야코의 갑작스러운 죽음(자살)에 의문을 품고 있다. 미나토 구에 있는 에세이 법학부 대학생이었던 아야코는 죽기 전 불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가나코는 아야코의 동급생 나카가와와 만나 고민 상담을 한다. 나카가와는 아야코의 자살보다 대학 축제의 개최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가나코는 아야코의 자살을 믿지 않으며(타살 의심), 불륜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자 나카가와가 5분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된다. 다시 카페에 돌아온 그는 다니무라와 함께 아야코의 자살을 직접 목격했다고 설명을 한다. 

 가나코는 나카가와의 말을 믿기로 했지만, 가슴 한구석에 묘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아야코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자신은 영원히 그 해답을 알지 못할까? 

 나카가와와 헤어지고 오후 여섯 시쯤 집 가까운 역에 도착했다. 뭔가 께름칙한 기분을 느끼면서 인기척 없는 공사현장을 을 지나치려는 순간, 사람의 손이 다가와 입을 틀어막았다.

 세 명의 괴한은 가나코를 공사현장으로 끌고 간다. 신께 기도하는 그녀의 앞에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은 네 명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세 명의 괴한은 앞을 막은 네 명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협박하나, 그들은 굴하지 않는다. 가나코를 멋지게 구한 뒤 자신들을 한 명씩 소개하였다.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타, 박순신. 이들은 모두 고3이고 현재 정학을 먹어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금일 일을 끝내고 담배를 한 대 피울 때, 가나코의 납치 장면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이 세 명의 괴한에게 습격당한 이유를 묻자 가나코는 아야코의 죽음과 불륜의 증거에 대해 털어놓는다.. 다섯 명은 사태를 파악하고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였다. 

 '아야코가 지도교수 다니무라와 불륜 관계였고, 나카가와는 다니무라와 협력하며 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증거를 뺏으려고 하였다. 나카가와는 만약을 위해 앞잡이를 대기시켜 두었다가 지령을 내렸고, 그들이 인기척 없는 공사현장에서 가나코를 덮친 게 아닐까?'
 
오늘 일을 경찰에 신고하면 가나코의 신변이 안전해지나, 아야코의 죽음과 나카가와가 그녀를 습격한 이유를 규명할 수 없다. 미나가타 팀은 자신들이 사건을 맡아 가나코의 안전을 책임지고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동지가 생긴 가나코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한다.

 사건을 조사하며 미나가타 팀의 동급생, (일본과 필리핀의 튀기) 아기가 합류하고.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질수록 가나코와 미나가타 팀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가나코는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SPEED. 목적지까지 달릴 수 있는 힘.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는 원동력.

 그녀와 미나가타 팀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이 소설의 제목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본문 중 일부를 발췌한다.

[본문 中 ]
 나는 오래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왜 다들 나카가와 같은 놈의 말을 그렇게 잘 들을까?”
 아기는 고개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귀찮아서 그럴 거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묻는데 차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섰다. 작은 교차로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앞을 가로질러 달리는 차도 없었다. 아기가 갑자기 액셀레이터를 밟더니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렸다.
 “빨간 신호였어. 못 봤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알았어. 차도 사람도 없는데 왜 서 있어야 하지?”
 “에?”
 “룰이라서?”
 “응.”
 “만일 그 신호를 누군가 조작했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어떻게 단정할 수 있지?”
 “……”
 “원래부터 신호란 놈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닐까?”
 “……”
 “어쨌든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다른 차에 부딪힐 가능성도, 사람을 칠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지만 대개 놈들은 그 장면에서도 신호가 파랑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그게 세상에서 말하는 상식이고, 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고, 또 신호를 무시한다고 누군가에게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요컨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귀찮지 않고 편한 거야.”
 차가 다시 빨간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도 있었고, 앞을 지나는 차도 있었다.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나카가와는 그 조작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 순신, 가야노, 야마시타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간 신호라도 그냥 건너. 너는 어떡할 거야?”

(중략)

 아기가 비행기 쪽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면서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너,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 봤니?”
 [용쟁호투]도 모르는 나에게 넌더리가 났을 것이다.
 아기가 말을 이었다.
 “그 영화 말이야. 간단히 말하면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 계급 남자애가 발레리나가 되려 하는 이야긴데. 주인공 남자애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뛰고 돌고 그래. 왠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약은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떠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야. 발레의 도약도 마찬가지지. 그걸 주테라고 하던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레의 주테도 그래. 옛날 유럽은 철저한 계급사회였으니까. 전통이니 인습이니 인간을 구속하는 중력이 너무 셌기 때문에 발레리나가 그 중력을 벗어나 얼마나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가를 보고 관객은 감동하는 거야.”
 아기는 거기까지 말하고 익살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읽은 책에 그렇게 씌어 있었어.”
 “처음 듣는 말이야.”
 아기는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너의 주테를 보여줘.”

 가나코와 미나가타 팀은 한 마음이 되어 사건에 임하였고, 중요한 순간 SPEED를 내서 질주하였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가나코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한 번 SPEED를 냈던 그녀는 예전의 삶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달라졌고, 행동이 변화했고,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관계가 바뀌었다.  본문에 적힌 그녀의 심경을 적으면서 Review를 끝내고자 한다. 

[본문 中 ]
 이웃의 아파트 공사도 끝나고 소음도 사라졌다.
 완성된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미나가타, 박순신, 가야노, 야마시타, 아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 기억 속의 그들은 즐겁게 웃고, 달리고 뛰어오른다. 동지들에게 때로 나는 묻는다.
 ‘어이, 아직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어?’
 대답 없는 독백이 너무 외로워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빠른 차를 타고 너희를 맞이하러 갈게.’
 그래, 그들을 내 차에 태우고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정도로 빠르게 이 세계를 빠져나가 내 세계로 데려가는 거야. 거기에는 정신이 아찔한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반드시.
 수업이 지겨울 때, 가볍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본다.
 영어 문법이나 수학 공식을 외우는 소리가 사라지고 머릿속에서 짐승의 울음 같은 엔진 소리가 들린다.
 그날의 질주가 그립다.
 나는 스피드에 목말라 있다.

* '질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SPEED를 낼 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