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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덕 빌헬름-왕따 실험 생중계

Benya_1004 2024. 3. 3. 00:10

 파클랜드 중학교 1학년 러셀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그룹에 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밀과외라도 받는 것 같다. 러셀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타입이 아니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 날 러셀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편리한 농장에 들러 늘 마시던 루트비어 1병(1달러 10센트)을 구매했다. 가게 밖을 나섰을 때 러셀의 자전거는 인도에 나뒹굴고 있었고, 2학년 선배인 리치 터커가 가게 벽에 기대서 쳐다보고 있었다. 리치 터커는 그가 자전거의 소유주가 맞는지 물었고, 본인은 앞길을 막은 개떡 같은 것을 눕힌 것뿐이라고 말했다.
 러셀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리치 터커의 앞길을 막은 자신의 자전거를 욕한 뒤 도망쳤다. 리치 형은 러셀이 집에 어떻게 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편리한 농장 사건 이틀 후, 러셀은 리치 형을 다시 만난다. 상대가 맹렬한 기세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알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러셀은 배를 맞고 맥없이 고꾸라졌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리치 형은 러셀을 조롱하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자신을 계속 조심하라’고 한다.
 리치 형에게 찍힌 그날부터 러셀은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혼자 있고 싶지 않고 무리 속에 끼고 싶지 않지만, 무리 속에 있는 편이 그나마 안전했다. 러셀은 귀가 경로를 변경하였다. 모든 사람의 눈에 띄는 유니언 거리로 향할 무렵, 나무에 기댄 채 그를 바라보는 리치 형을 보았다.
 러셀은 겁을 먹고 아침마다 배앓이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 끝 사물함 자물쇠를 열고 있던 그에게 리치 형이 다가와서 얘기한다.
 “내 말 잘 들어. 너 오늘 수업 끝나고 농장에 와라.”
 러셀은 자신이 왜 가야 되는지 반문하지만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라는 리치 형의 말을 듣고 침묵한다.
 방과 후 편리한 농장에 간 러셀은 리치 형이 주문한 음료수를 사 갖고 온다. 음료수 마개까지 따서 리치 형에게 건넸으나, 그가 러셀의 머리 위로 음료수를 치켜들고 콸콸 쏟기 시작했다. 옷이 흠뻑 젖은 채 귀가한 러셀은 엄마가 집에 오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러셀은 무언가를 해야만 했고, 전문가의 충고를 받기로 마음먹는다.. 이러한 상황을 숱하게 겪었던 엘리엇 게케위츠와 이야기를 나누자! (학교에 다니다가 보면 언제나 더러운 애, 냄새 나는 애, 꼭 학교 담장 너머로 공을 던지는 애, 모두가 무조건 쓰레기 취급을 해도 되는 애가 으레 있게 마련이라는 걸 당신도 알 테지?)
 엘리엇과 전화와 채팅을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생존 전략’에 대해 듣게 된다. ‘줄곧 어리고, 작고, 약한 것들은 무리 지어 다니고, 포식자들은 뒤처지는 것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정말 강한 포식자는 먹잇감이 몰려오면 득달같이 돌진한다. 무리가 얼마나 큰지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리치 형은 정말 강한 포식자였고, 러셀의 기는 꺾인다.
 
 올해 전학을 온 카탈리나는 학기 초 호지붐 선생님의 사회 시간에 자기소개를 했다. 마닐라 근처 필리핀에서 왔다고 하자 아이들은 수군거렸고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호지붐 선생님은 발표할 때 일어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카탈리나는 “우리 학교에서는 그랬어요.”라고 대답한다. 교실 안에 왁자하게 웃음소리가 터졌다.
 베서니 드미어는 러셀 학년 여자애들 패거리의 우두머리였고, 배서니 패거리는 카탈리나를 괴롭히기로 마음먹는다. 카탈리나가 없을 때, 그녀의 책 꾸러미 옆에 종이 쪼가리 하나를 떨어뜨리고 웃기 시작한다. 카탈리나는 종이 쪼가리를 보고서 얼어붙은 듯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고서 조심스레 책들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은 후 어깨에 가방을 걸쳐 메고 나갔다. 종이 쪼가리를 책상에 그냥 남겨 둔 채…
 러셀은 엘리엇과 함께 쪽지 내용을 확인한 후, 카탈리나와 대화를 한다.

 따돌림을 당하는 세 명은 이렇게  '친구'가 되었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왕따 실험’을 시작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고 싶어. 포식자에 관해 같이 연구해 보자. 과학자들처럼 말이야. 우리가 다르게 행동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
 러셀, 엘리엇, 카탈리나는 자신들이 겪은 경험을 학교의 비공식적인 메일을 통해 낱낱이 폭로하고, 자신들을 괴롭히던 아이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누른다. 세 명의 행동을 지켜본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한 자신들의 사례를 털어놓고, 소통과 교감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파클랜드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런 소통의 공간이 마뜩잖은 교장 선생님이 엄하게 단속하자. 러셀, 엘리엇, 카탈리나는 소통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
 덕 빌헬름의 왕따 실험 생중계를 읽다 보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벌어지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