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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2부 Review

Benya_1004 2024. 2. 1. 20:02

2부 고래의 노래를 들어라(2023.11.25)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고래 천명관-

 심연의 바다 깊은 곳에 인간을 닮은 고래가 있다. 인간이 잊고 있었지만, 인간의 오랜 친구였고 때로는 인간을 위로했던 신비로운 동반자. 육지에 사는 인간과 바다에 사는 고래가 나누는 교감이 시작된다. 

 통가부족 혹등고래의 짝짓기가 시작되고, 수컷들의 히트런과 경쟁에서 이긴 수컷의 에스코트(수컷 고래가 암컷 고래를 경호하듯 바로 옆에서 헤엄을 치는 행동), 암컷과 수컷의 사랑의 춤(눈빛 교환과 서로의 동작을 따라 하는 행동)이 이어졌다.

 혹등고래는 아열대 따뜻한 바다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고 극지방에 먹이가 풍부해지는 계절이 되면 이동한다고 한다. 연간 이동거리는 약 20,000km로 지구 반 바퀴를 헤엄쳤다. 

 SBS 촬영팀은 혹등고래를 따라가다가 오셔닉 화이트팁 상어(열대와 아열대의 깊은 바다에서 발견되며 난폭한 성격을 갖고 있어 사람을 공격한다)와 조우했다.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배에 오르자, 선장은 고래의 출산 시 출혈이 생기면 상어가 다가온다고 알려준다. 정말로 새끼 혹등고래가 태어났을까?

 드론으로 발견한 새끼 혹등고래의 아담한 크기와 회색빛(색깔)에 시선이 집중된다. 폐가 작아 숨을 쉴 때 수면 위로 올라오지만, 평상시에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혹동고래 4마리가 모여 노래를 하였는데 마치 합창하듯 보였다.  

 촬영감독은 카메라로 세상을 기록하는 사람이나, 이 순간만큼은 촬영을 잠시 멈추고 직접 고래를 눈에 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는 길. 임완호 촬영감독이 우후후~소리를 내자 혹등고래 한 마리가 다가와 지느러미를 펼친다. 동화 속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다. 고래가 사는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고래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흐르고 있었다.

 로저 페인 박사는 혹등고래의 울음소리가 리듬에 따른 음의 조합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이렌의 노래를 녹음하였다. 이 놀라운 발견은 수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았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우주에 진출하였다. 고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가수이자 시인이었다. 

 사이렌의 노래는 고래 보호 운동(1975년 시작된 상업적 포경 반대 캠페인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1982년 상업적 포경이 금지되는 결과를 만들었다)의 시작이 되었고 야생을 대하는 인류의 시각을 변화시켰다. 인류는 비로소 인간만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도 지구란 행성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물 중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SBS 촬영팀은 멕시코의 엘 비즈카이노 고래 보호구역으로 향한다. 이 곳은 1988년 멕시코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립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1993년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현지 어부 히메네스 프랑코 선장은 2003년부터 귀신고래 탐사투어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태운 작은 보트가 바다로 나오자 귀신고래가 다가왔다. 보트가 멈추고 사람들이 물속으로 손을 뻗자 귀신고래가 더욱 가까이 왔다. 귀신고래는 배 앞에 멈추었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만지게 두었다. 히메네스 프랑코 선장은 귀신고래가 마치 반려동물 같이 행동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고래는 사람들이 좋은지 나쁜지, 상처를 입힐지 보살펴 줄지 몰라요.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인간에게 가까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가 고래를 보살펴줘야 하는 이유는, 과거 인간이 (포경 시절에) 정말 가혹하게 대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인간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다.

 고래와 인간이 서로 존중하는 모습, 고래와 인간의 신비한 연결을 목도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다. 고래에게 물을 수 없지만, 그들이 원했던 삶은 파괴와 학살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이리라. 인간들 사이에서만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도 기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해 인간의 존중과 배려를 필요로 하고 있다.

 SBS 촬영팀은 이어서 스리랑카 트링코말리로 향한다. 어부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돌고래가 등장했다. 스리랑카의 어부들이 돌고래가 알려준 장소에 가서 미끼를 던지면 작은 물고기들이 먹으러 오고, 물고기 떼가 나타나면 참치와 돌고래들이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참치를 잡는 어부들에게 돌고래는 좋은 동료였다. 

 현지 주민 다누 카말라타스는 트링코말리에서 돌고래, 대왕고래, 참고래, 돌쇠고래, 향고래, 범고래 등을 볼 수 있으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무엇보다 대왕고래를 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대왕고래는 바다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으며, 12~13마리 정도 무리 지어 나타나고, 물을 뿜을 때 20m까지 물기둥이 올라간다고 했다. 

 SBS 촬영팀은 매일 12시간씩 2주일 넘게 인도양을 수색했지만, 돌고래를 제외한 고래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해질 때, 스리랑카의 어부들이 마댕(스리랑카의 전통 어업으로 배로 그물을 치고 육지에서 사람들이 당기는 방식)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물에서 나온 건 물고기가 아닌 쓰레기 더미... 물고기를 먹으러 온 새들도 쓰레기를 보고 황급히 달아난다.

최근 트링코말리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밀려오며, 플라스틱 라벨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여러 국가의 언어가 적혀 있다고 했다. 고래의 바다로 불렸던 스리랑카 해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느덧 대왕고래는 모습을 감추었고, 돌고래 사체도 모래사장에서 발견되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SBS 촬영팀은 바다를 점령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마주하였다. 김동식 8K 수중감독은 고래가 좋아하는 물고기가 플라스틱 쓰레기 밑에서 놀고 있으면 고래가 한꺼번에 삼킨다고 하였다. 고래의 입 안에 들어간 쓰레기는 소화되지 않은 채 장에 머물고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그러면 고래는 끊임없이 소화기관에 쓰레기를 저장하게 되는 걸까?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바다는 모든 것을 정화하고 수용하지 않는다. 자연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정작용"이 이루어지고, "한계치"를 넘으면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을 잃는다. 인간이 오염시킨 “자연”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고래 연구가 이안 커는 “당신이 고래를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미래의 아이들, 손주들에게 어떠한 유산을 남겨주고 싶나요?”라고 말했다. 고래는 바다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고래가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유산을 남기고 싶다면 건강한 바다와 건강한 고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