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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3부 Review

Benya_1004 2024. 2. 6. 00:06

3부 거대한 SOS(2023.12.03)

 하루 2번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한 섬.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 위치한 하섬은 그 모습이 바다에 핀 연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로, 해루질하러 오는 체험객들이 그 안에 체험활동을 하고 빠져나가지 못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동해에 비해 대형 고래들이 발견되기 힘든 서해의 이 작은 섬에서 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고래 연구가 이경리 박사는 고래 사체를 보고, 외면상 패인 상처들은 살아있을 때 생겼으며 쿠키커터 샤크(검목상어.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고 평균 몸길이는 50cm, 매우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개체의 살점을 물어뜯는 것이 특징)가 매달렸던 흔적이 있다고 했다.

 따뜻한 아열대 바다에서 살았던 이 고래는, 보리고래(과거 보리를 수확할 시기 목격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래이며 평균 수명은 약 7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위기종)로 판명되었다.

 깊은 바다를 좋아하는 보리 고래가 왜 수심이 얕은 서해까지 오게 된 걸까?

 사인을 밝히기 위해 고래 사체 운반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체가 가라앉지 않도록 부표를 묶은 후 바다에 띄워서 밧줄로 배에 연결한 뒤  하섬에서 격포항까지 이동했다. 고래의 사체가 물 저항을 많이 받아 1시간 10분이나 소요되었다. 격포항에서는 초대형 크레인이 동원되어 고래를 바다에서 꺼내었다.
 
 2023년 03월 27일 고래연구소 측정조사실에 20명의 국내 전문가들이 모였다. 김선민 수의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형 고래가 발견되었을 때 거의 매립을 하여 연구 목적으로 부검하고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이 부검을 통해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고, 현재의 바다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문효방 교수는 고래가 포유류기 때문에 다른 어류와 달리 사람한테서 나타날 수 있는 독성영향과 똑같은 현상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보리 고래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길이 10m도 안 되는 어린 고래의 혓바닥에 프린지(혓바닥 주변의 확장되고 유연한 부분으로 엄마 젖을 받아먹을 수 있도록 발달한 조직)가 관찰된다. 성별은 수컷, 나이는 1살로 추정되어 자연사나 수명이 다 되어 사망했다고 보기에 어려웠다.더욱이 눈에 띄는 외상도 없어 내부 장기를 확인해야 했다.

 혹시 굶어서 사망한 건 아닐까? 이경리 박사는 위가 비었지만 장에 분변이 남아 있어 식이 섭취를 못한 건 아니라고 하였다. 아마도 외부의 요인에 의해 더 살 수 있는 개체가 죽음을 맞이한 건 아닌지 생각된다고 했다. 

 보리 고래의 내장에서 고래회충, 조충, 흡충 등 세 종류의 기생충이 ‘다량’ 발견된다. 나이에 비해 기생충의 감염이 매우 심각했는데, 이는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로 장폐색의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보다 직접적인 사인을 찾기 위해 장을 관찰하던 중 ‘플라스틱 컵 뚜껑’과 ‘날카롭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었다. 

 수염고래는 목표한 종만 선택해서 먹지 않고 거르기 위해 물을 내보낸다. 물 안에 쓰레기가 섞여 있더라도 쓰레기만 뱉지 못하고 입 안으로 흡입한다.

 부검한 보리고래의 식도의 폭은 10cm, 플라스틱 뚜껑의 직경은 9.2cm로 아슬아슬하게 식도를 통과해으며 위를 지나 장에 이르렀다.. 죽음의 만찬이 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바다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있을까?

 보리고래의 부검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는데...탄식이 흘러나온다.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되지 못하고 '그냥' 바다에 버려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보리고래의 죽음은 바다가 오염되고 해양 생태계가 위태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S.O.S였다.     

 SBS 촬영팀은 청항선(바다를 청소하기 위해 해양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선박으로 전국에 총 22척이 배치되어 해상부유 쓰레기를 수거한다)을 따라간다. 거대한 쓰레기부터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쓰레기까지 종류는 다양했으며, 양은 어마어마했다(하루 최대 20톤). 해양수산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우리 바다에서 연평균 1212만 톤 이상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다고 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연간 1,100만톤이며,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의 숫자는 171조개라고 하니, 쉬이 가늠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 수치도 연구자들이 계산 가능한 영역에서 추정한 것으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쓰레기까지 더하면...

 이 지구상에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 육지, 바다, 강, 운하, 심지어 공기 중에도 있으며 1,0001,000여 종이 넘는 동물들이 영향을 받는다. 과거 미세 플라스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간의 호흡기계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의 발생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내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