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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기타바야시 우카-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Benya_1004 2024. 2. 15. 00:00

‘마음에도 모양이 있어서 만질 수도, 껴안을 수도 있는 거였어.’

 4년 전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살던 안도 고무기는 어머니의 부재에 외로움과 상실을 경험한다. 아버지는 새로 사귄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고, 고무기는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 

 엄마와 살기로 한 고무기는 이바라키에 있는 외갓집으로 이사를 오고, 엄마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다. 신슈의 상업 고등학교에서 쓰쿠바 신메이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지만,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

 고무기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10대의 소녀가 전학을 간 후 등교 거부를 한다면,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 친구, 학업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소설의 초반부터 독자는 안도 고무기의 가족과 친구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족이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파악할 수 있다.

[본문 中]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마쓰모토에서 부모와 셋이 살았고,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서도 중학교, 고등학교 일 학년 때까지 아즈미노의 공기를 마시면서 지냈다. 그때 엄마는 없었지만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항상 옆에 있었다.
이바라키에 이사 온 후 다니게 된 쓰쿠바 신메이 고등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어 보려고 노력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의 이혼까지 이야기했으나 아이들이 재미 삼아 떠들어대자, 가정환경과 마쓰모토에서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 묻는 말에 말끝을 흐리자 건방지다, 전학을 온 건 문제가 있다며 따돌림을 당했고, 결국 ‘외톨이’가 되었다.

(중략)

 자기 싫은 게 아니야. 일어나는 게 싫은 거라고.
 아침에 잠에서 깨면 잊어버리고 있던 일상의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지금 나에게 닥친 여러 가지 현실이 엄청나게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에 답답해진다. 자는 동안을 물속에 있는 거라고 한다면, 눈 뜨는 순간은 무겁고 나른한 지상으로 올라온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물 속에서 가벼웠던 몸과 마음이 갑자기 무겁고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벌써 몇 년 동안 그래 왔다. 그날, 엄마가 집을 나간 날부터다.
 그리고 지금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생겨난 마음속 납덩이는 고무기의 마음을 짓이겼다. 교우관계가 어려워지자 납덩이는 점점 부피를 더했다.

 고무기의 등교 거부가 이어질수록 엄마와의 갈등이 심해진다. 학교 가기 싫은 고무기의 편을 들어주는 건 외할아버지뿐. 학교를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고, 강 속에 있는 송사리 학교가 좋으면 그곳에 있으라는 말이 어찌나 다정한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이리저리 타인에게 휘둘렸던 고무기는 외할아버지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무기는 귀가 후 방에서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엄마가 연락을 받지 않자 사토코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119에 신고한다. 할아버지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며, 뇌혈전 진단을 받고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소설의 중반에 벌어진 이 사건은, 고무기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외할아버지의 입원 후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던 모녀가 달라진다. 엄마는 고무기에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느냐고 묻고 자신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고 토로한다.

[본문 中]
 엄마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할아버지가 눈치채고 엄마의 얘기를 한참 들어주었다고 한다.
 “네가 싫다면 동아리 활동을 그만둬도 괜찮아. 아무도 없기는 왜 없어. 가족이 있잖아.”
 엄마는 그때 할아버지의 이 말 한마디가 정말 많은 힘이 되었다고 했다.
 “그만둬도 된다는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절대라는 건 없어. 너 자신이 가장 힘들지 않을 것 같은 방법을 선택하면 돼. 그때 가족은 항상 네 편에 있을 거야.” 라고 할아버지는 말해주었고,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만약에 고무기 네가 정말로 행복하지 않다면 억지로 계속할 필요는 없어.”
 학교 때문에 웃을 일이 평생 있을까 싶었는데, 엄마와 이야기하다 보니 웃을 수 있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고무기는 외할아버지의 쾌유를 빈다. 예전처럼 셋이서 오손도손 살길 바라지만 외할아버지의 퇴원 날짜는 미뤄지고, 검사 결과 폐암 진단을 받게 된다. 외할아버지는 쓰쿠바 시내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소세포암의 전이가 빨라서 예후가 좋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을 시라이시 미치루에게 전해달라고 고무기에게 부탁을 한다.

 고무기가 시라이시 여관에 도착했을 때 미치루는 없었고 조카 치사가 있었다. 미치루는 오랜 시간 여관을 운영했지만 작년부터 다리가 안 좋아져서 일을 쉬고 있다고 하였다.
 고무기는 미치루에게 그림을 전달하기 위해 시라이시 여관에 숙박하고, 여관을 정돈하는 치사를 돕게 된다. 청소 중에 발견한 미치루의 동화책 [치루치루 미치루의 보물]을 읽으면서 외할아버지의 그림을 떠올렸다. 외할아버지와 시라이시 미치루의 맺지 못한 연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남아 있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명의를 찾지만, 외할아버지는 그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고무기는 남은 날까지 가정간호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자고 엄마를 설득하고 외할아버지를 집에 모셔 온다.

 멀지 않아 이바라키에 있는 외갓집에 시라이시 미치루가 찾아오고 외할아버지와 조우를 한다. 고무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미치루가 떠나고... 외할아버지는 고무기가 출생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매우 기뻐서 지은 이름, ‘고무기’
 너는 사랑받는 아이라는 것을 알려준 외할아버지는 그날 새벽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소설은 이렇게 끝나지만, 고무기가 꿋꿋하게 살아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의 곁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마음속에는 외할아버지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